한국과 일본의 인구 감소는 현대 사회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는 약 2,000년 전 로마에서도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문제였다.
당시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 정부가 출산장려금과 육아휴직, 보육 지원, 주거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려는 것과 비슷한 고민이었다.
물론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오늘날 정부가 돈과 복지로 출산을 유도한다면,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로마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과 자녀가 없는 사람에게 법적·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행동을 바꾸려 했다.
자녀가 많은 사람에게는 반대로 혜택을 줬다.
그런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2,000년 전에도 정부는 사람들이 아이를 더 낳도록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의 결혼과 출산을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늘 벌어지는 일
오늘날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가 이미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노동력 부족이 나타나고 있고 지방도시에서는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과 의료, 돌봄에 필요한 비용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와 어린이집의 수요가 달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산·육아 관련 현금 지원부터 육아휴직, 보육 서비스,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주거정책까지 범위가 넓다.
그런데 출산율은 단순한 경제적 보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거비가 얼마나 비싼지.
직장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교육비와 돌봄 부담이 얼마나 큰지.
이런 요소들이 동시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약 2,000년 전 로마의 경험은 의외로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된다.
그때도 정부는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그냥 개인의 선택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그때도 똑같았다 — 아우구스투스의 출산 장려법
기원전 18년, 아우구스투스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법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렉스 율리아 데 마리탄디스 오르디니부스(Lex Iulia de maritandis ordinibus)**였다.
단순히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정책은 아니었다.
결혼과 자녀의 유무가 법적 권리와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주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일정 연령대의 미혼자와 자녀가 없는 기혼자에게는 상속과 재산 취득에서 불리한 규정을 적용했다.
반대로 결혼하고 자녀를 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
이후 서기 9년에는 **파피우스-포파이우스법(Lex Papia Poppaea)**이 만들어지면서 관련 제도가 더욱 구체화됐다.
자녀가 많은 사람에게는 여러 혜택이 주어졌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제한이 따랐다.
여성에게도 자녀 수에 따른 법적 차이가 존재했다.
일정 수 이상의 자녀를 출산한 자유 신분의 여성은 ius liberorum이라는 권리를 통해 남성 후견인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즉 로마 정부는 출산을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보지 않았다.
결혼과 출산을 국가의 사회질서와 연결된 문제로 봤다.
왜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법을 만들었을까
아우구스투스가 출산과 결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인구 숫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로마는 오랜 내전을 겪은 뒤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이 만든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로마의 가족제도와 사회적 규범을 강조했다.
당시 로마의 상류층 사회에서는 결혼과 출산보다 재산과 개인적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이를 단순한 개인의 생활방식 변화로 보지 않았다.
전통적인 로마의 가치가 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법을 이용해 결혼과 출산을 다시 장려하려 했다.
여기에서 현대와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오늘날 정부는 저출산을 주로 노동력과 경제성장, 사회보장 문제와 연결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인구 문제를 가족과 도덕, 사회질서의 문제와 함께 바라봤다.
목표는 달랐지만 접근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개인의 선택에 정부가 개입하려 했다는 점이다.
로마와 오늘의 동아시아
| 비교 항목 | 로마 제정 초기 | 오늘의 동아시아 |
|---|---|---|
| 핵심 문제 | 결혼과 출산 감소에 대한 우려 | 저출산과 인구 감소 |
| 정부의 인식 | 전통적 가족과 사회질서의 약화 | 노동력·고령화·사회보장 문제 |
| 미혼자 정책 | 일부 법적·상속상 불이익 |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은 없음 |
| 다자녀 정책 | 자녀가 많은 사람에게 법적 혜택 | 출산·육아 지원과 세제·복지 혜택 |
| 주요 원인 | 사회적 가치 변화와 결혼 감소 | 주거비·교육비·고용·가치관 등 |
| 정책 수단 | 법률과 사회적 인센티브 | 현금 지원·보육·육아휴직·주거정책 |
| 출산율 회복 |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웠음 | 정책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 |
| 대체 전략 | 시민권 확대와 인구 통합 | 이민·외국인 노동력 정책 논의 |
시대도 다르고 사회구조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부가 인구 감소를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인의 결혼과 출산 행동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법으로 출산율을 바꿀 수 있었을까.
법을 만들면 사람들이 아이를 더 낳을까
아우구스투스의 정책은 흥미로운 질문을 남긴다.
결혼과 출산에 경제적·법적 유인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실제로 아이를 더 많이 낳을까.
역사적 기록을 보면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로마 사회에서는 법을 피하거나 우회하려는 행동도 나타났다.
결혼 규정을 피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등장했고 당시 문학작품에서도 결혼과 가족정책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찾아볼 수 있다.
오비디우스의 작품 역시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결혼과 도덕정책을 이해하는 데 자주 언급된다.
결국 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갑자기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서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가 하나 나온다.
출산은 국가가 명령한다고 쉽게 증가하는 행동이 아니다.
사람이 아이를 낳을지 결정할 때는 자신의 소득만 보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도 생각한다.
결혼에 드는 비용도 생각한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도 생각한다.
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지도 생각한다.
가족관계와 개인의 가치관도 영향을 준다.
결국 출산은 수많은 선택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결과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의 역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역설이 생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정부는 더 강력한 출산 장려정책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정책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에도 결혼과 출산은 국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의무와 연결됐다.
하지만 개인에게 결혼과 출산은 자신의 삶에 관한 결정이었다.
이 차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 나타난다.
정부는 출산율을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개인은 자신의 소득과 직업, 주거,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전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국가가 원하는 것과 개인이 원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단순히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도 자신의 삶이 지나치게 불안정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돈을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집을 구할 수 있는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가.
아이를 낳은 뒤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육아를 한 사람에게만 떠넘기지 않는가.
아이를 키우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출산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로마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아우구스투스의 출산 장려정책만으로 로마의 인구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로마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구와 시민권 문제에 대해 전혀 다른 방법도 사용했다.
바로 시민권의 확대였다.
로마는 정복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마 시민권의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그리고 서기 212년 카라칼라 황제는 **안토니누스 칙령(Constitutio Antoniniana)**을 통해 제국 내 대부분의 자유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했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었다.
인구가 부족하다면 내부에서 더 많은 아이를 낳도록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었다.
제국에 속한 더 많은 사람을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물론 현대의 이민정책과 로마 시민권 확대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로마제국의 정치체제와 현대 국민국가의 제도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 사회가 결국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비슷하다.
부족한 인구를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출산율이 낮아진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저출산 문제를 바라볼 때 출생아 수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시장도 달라진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연금과 의료, 돌봄에 필요한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학교와 주택의 수요도 달라진다.
지방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통폐합될 수 있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빈집과 상권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인구 감소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출산율이 쉽게 회복되지 않더라도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민과 외국인 노동력 확대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자동화를 확대할 수도 있다.
정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일 수도 있다.
결국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방법은 출산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챙길 것
첫째, 출산율은 단순한 경제지표가 아니다.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결정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와 가치관, 주거환경, 노동시장, 가족제도가 함께 영향을 준다.
둘째, 출산 장려정책의 효과에는 시간이 걸린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난다고 바로 노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가 경제활동인구가 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따라서 인구정책은 단기적인 출생아 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인구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셋째,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도 준비해야 한다.
정책이 성공해 출산율이 올라가면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력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고령사회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지방도시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해결해야 한다.
넷째, 역사는 하나의 해결책만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우구스투스는 법으로 결혼과 출산을 장려했다.
로마는 이후 시민권을 확대하면서 제국의 구성원을 넓혔다.
현대 국가는 출산 지원과 이민정책,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인구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
아우구스투스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법을 만든 것은 약 2,000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문제와는 사회구조도 다르고 경제도 다르다.
가족제도도 다르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인구는 국가가 원하는 숫자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고 자녀가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면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은 법률 하나로 쉽게 바뀌지 않았다.
현대의 출산장려금도 비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돈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높은 주거비와 불안정한 고용, 경력 단절, 교육 경쟁, 장시간 노동,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면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출산율을 올리는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출산율이 예상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2,000년 전 로마는 첫 번째 질문에 법률로 답하려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구성원을 넓혔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 역시 비슷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계속 강화할 수도 있다.
인구 감소에 맞춰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할 수도 있다.
이민과 외국인 노동력 확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아마 하나의 방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여기에 있다.
인구 문제는 출생아 수라는 숫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회가 다음 세대와 현재 세대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아우구스투스가 2,000년 전에 던졌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답해야 하는 질문은 조금 달라졌다.
아이를 더 많이 낳게 만들 수 있는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노력에도 인구가 줄어든다면, 줄어드는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저출산의 역사는 출산율이라는 숫자보다 훨씬 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답글 남기기